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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러디
    단편/이야기 2016. 5. 12. 23:52

    6마디로 사람을 울리는 소설은 사실

     

    남자는 벼룩시장을 좋아했다.기사를 쓰다 막히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그는 벼룩시장을 찾았고, 온갖 이야기를 메모해 집으로 돌아갔다. 그에게 이 행위는 사냥의 한 종류처럼 느껴져 벼룩시장을 찾을 때마다 묘한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그는 이야기의 굶주림에 허덕이다가 헐레벌떡 둥지를 박차고 사냥에 나선 참이었다. 벼룩시장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었고, 사람들의 수 보다 많은 물건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질이 좋은 이야기를 사냥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벼룩시장에 도착하면 사람이 없는 가게부터 돌았다. 특별한 물건을 찾는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사람들의 속삭임을 듣는 것, 특별하지 않은 물건이 없고, 자신에게는 특별한 물건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 행위는 그의 준비운동이 되었다.

    모두들 힐끔거리지만 손님이 없는 가게를 사냥꾼의 눈을 자신하는 그가 놓칠 수는 없었다. 사람들을 지나쳐 가게 앞에 선 그는 , 하고 미묘하게 반응했다. 가게에는 아기신발 단 한 켤레를 팔고 있을 뿐 그 외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신발 앞에는 찢어진 종이박스에 한 번도 신지 않음!’ 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실 거면 사고, 안사실거면 그만 비켜주세요.”

    신발을 팔던 아이가 그를 보고 답답한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이 신발은 특별한 물건이 분명하다는 생각에 그는 5,000원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잠깐 시간 좀 내주겠니?”

    아이가 돈을 받자 그는 아이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볼펜과 하드커버지가 달린 작은 노트를 꺼내 사실을 그대로 기술했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읽을수록 슬퍼지는 문구였다.

    그 신발 주인이 누구니?’

    그는 꼬마를 힐끗 보고 조용히 물었다.

    주인이 있다면 팔려고 내놓지 않았겠지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나하고 속삭였다.

    처음에는 필요 했으니까 샀겠지? 그렇다면 재산이나, 유산이나유산됐다거나. 신발을 신기도 전에 아이가 죽은 거로구나.”

    남자는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가지 자신에게 답을 구했다. 그리고는 아이를 보고 그렇지?’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눈에 눈물이 고였다. 감동의 눈물이었다.

    아저씨 뭐하는 사람이에요?”

    난 작가다.”

    아이는 그러면 그렇지라고 생각하면서 혀를 찼다. 소설쟁이들은 현실을 볼 줄 모른다. 어떻게 다 큰 어른이 자신보다 멍청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받은 돈을 돌려줄 뻔 했다.

    그래서 그렇게 소설을 잘 쓰셨구먼. 죽은 사람 물건을 누가 사간다고 팔겠어요.”

    아이가 신발을 들고 아저씨가 사 가실래요?’하고 말하듯 신발을 내밀었다. ‘어디 가서 그런 흉한 소리 하지 마세요.’ 아이가 남자의 귀에 속삭였다. 신발을 품에 안는 아이의 손바닥이 굳은살로 단단했다. 신발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려두고 아이는 그대로 휠체어를 밀면서 사라졌다.

    저도 정확한 건 모르지만, 신발 주인은 결혼을 하지도 않았고, 돈이 급하지도 않아요. 단순히 아기신발이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있죠. 왜 이런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 주인 말고는 알 수 없죠.”

    멀어지면서 아이의 말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아이가 그냥 그 뿐인데, 사람들은 매번 같은 말을 하네요.’라고 하는 말을 끝으로 그는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됐다.

    이야기는 어느 누구든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사실을 아는 것은 아무도 없고 그가 느낀 진실만을 모두가 공유할 것이라는 생각에 신이 나서 휘파람을 불었다. 오늘 기사를 쓰기 위해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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